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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롭고 힘있는 아버지의 부재 : 강력반 TVist


- KBS 드라마 '강력반'이 낮은 시청률을 기록한 가운데 종영됐다. 기자들은 드라마가 방영되는 내내 그리고 마지막회까지도 '강력반'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았다. '한국형 수사드라마'의 가능성은 보여줬다는 정도의 덕담을 덧붙이기는 했다. 많은 점에서 동감했지만, 나름 난 16회까지 꽤 재미나게 봤다.

- '한국형 수사드라마'는 처음부터 불가능한 꿈일지도 모른다. 수사드라마는 범죄가 주요 소재가 될 수밖에 없고, 그 배경이 '강력반'이라면 더더욱 '폭력'의 문제가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범죄와 폭력을 '정의'의 이름으로 단죄하는 과정이 그려지게 되는데, 문제는 한국이라는 국가가 '정의' 운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가장 지독한 범죄와 폭력을 저지른 것은 다름 아닌 국가다. (5월 투쟁 20주년이라 하는 말은 아니고) 백주대낮에 담을 넘어 도망치는 학생을 끌어내려 5명의 백골단이 쇠파이프로 때려죽인 일이 일어난 게 20년 전 일이다. 그때 민주당 국회의원이었던 노무현은 ('열사' 칭호에는 반대한다 했지만)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시위에 참여해야 한다고 보았었고 실제 그렇게 했다. (경향신문 1991.6.1) 아무튼, 그랬던 그가 대통령이 된 후에도 경찰들은 여전히 사람들을 향해 날카롭게 날을 간 방패를 휘둘렀고 급기야 2005년 전용철, 홍덕표 두 농민이 살해되기에 이르렀고 그는 TV 앞에 나와 사과했다.

한국의 국가 폭력 문제는 비단 경찰만의 문제는 아니다. 초중고 학생들에게 몽둥이를 휘둘러 몸과 마음에 심대한 상처를 주는, 그리고 그 상처가 일종의 권력을 몸에 심어주는 문제를 '국가 폭력'의 관점에서 보지 않을 수가 없다. 학교만 그런가. 우리 사회 어디 안 그런 곳이 있나.

- 기자들은 드라마 '강력반'의 리얼리티를 자꾸 문제삼는데, 이렇게 보자면 한국에서 '수사드라마 자체가 문제'다. 경찰 따위들이 '정의'라니. 이게 리얼리티가 있나. 그걸 기술적인 문제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건 기자들만의 생각인 듯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사드라마'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드라마를 만드는 건 '형사들'이 아니라 'PD와 방송노동자들'이고, 그네들이 이 세계를 나름대로 이해하고, 시대를 인식한 걸 바탕으로 만들면 되니까. 다른 곳이 아니라 바로 이 21세기 현대 한국 사회를 말이다.

'별순검'은 미국드라마를 조선시대 배경으로 치환했지만 '인민의 아픔과 억울함' 같은 것을 적절히 위무했고 그런 점이 수사 기법보다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그걸 현대적 배경으로 가져오기만 하면 ('수사반장' 정도의 탄식 수준에 머물지라도) 된다. 하지만 ('별순검' 작가까지 가세한) '강력반'은 드라마를 끌고 간 배경이 됐던 경찰총장-국회의원의 비리에 대해 기능적으로만 활용할 뿐 입장은 애매했고, '억울한 범죄자' 대신 '싸이코패스'를 투입함으로써 미드를 모방하는데 머물렀다. 별다른 큰 긴장감과 흥미 유발을 시켰던 것도 아니다.

- 여기에 덧붙여둬야 할 것이 있다. 미국드라마에서 프로파일러니 과학수사대 같은 게 등장하면서 '사이코패스'의 '묻지마 살인'이 주요 소재가 된다고 하더라도, 또 실제 그런 범죄가 20세기 말부터 급증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실제 범죄의 상당수는 생계형이거나 면식범에 의한 범죄, 생활세계에서의 갈등(돈, 치정), 즉 평범한 사람에 의한 범죄가 압도적이라는 사실이다.

범죄드라마와 수사드라마가 보여줘야 할 것은 바로 그와 같은 갈등을 어떻게 볼 것인지, 그런 범죄가 이 사회와 체제 문제와 어떻게 연관이 되는지, 징치해야 할 범죄임은 분명하나 인간적으로는 어떻게 이해될 수 있는 것인지 같은 것들이 아닐까. 범죄 케이스 하나에서 폭넓은 분석과 사회적 관점에서의 해석 같은 게 필요하다는 얘기다.

미드 '콜드케이스'(특히 시즌2)는 그런 점에서 좋은 본보기가 된다. 미제 사건을 다루는 '콜드 케이스'는 과거의 미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당시 미국사회가 안고 있던 여러 가지 사회적, 정치적, 역사적 한계를 지금의 시점에서 돌아보도록 문제를 던지고 미국 사회를 성찰토록 만든다.

이 세계에서 일어나는 범죄의 문제를 '강력반'을 만든 이들은 제대로 보고 있지 않는 것 같다. 내 얘기는 '국가 폭력'을 정면에서 다뤄야만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과거사위나 의문사진상규명위에서도 해결하지 못한 대통령 공약 사항 비중의 문제를 일개 드라마가 정면으로 다뤄 봤자다. 내 얘기는 '국가 폭력' 문제를 우회하더라도, 그것이 이 체제와 어찌 연관이 되는지를 좀 더 울림 있게 폭로했었어야 했다. 하지만 이들은 그 범죄들을 단순히 '개인'간의 질시, 혹은 싸이코패스 개인의 문제로만 다룰 뿐이다. 안이하기 그지없다. 한국형 수사드라마, 얼마든지 가능하다. 사회드라마, 정치드라마로 만들지 않고서도 말이다.

- 그런데 '강력반'을 보면서 우리가 눈여겨 봐야할 점이 하나 있다. 바로 주인공들을 괴롭히는 과거의 문제가 '아버지의 부재'라는 사실이다. 수사과장 정일도(이종혁 분)는 경찰 총수인 아버지가 혼외정사로 낳은 아들로서 편모 밑에서 컸고, 조민주(송지효 분)는 절도범인 조상태의 감옥살이로 아버지의 얼굴조차 모른 채 컸다. 허은영(박선영 분)의 아버지는 딸을 지켜주기는커녕 부녀관계를 자신의 비리를 덮는 데 이용하려 한 비정의 아버지이다. 셋의 아버지는 모두 범죄를 저지른 아버지이다.

반면, 박세혁 형사(송일국 분)는 아버지로서 딸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부채감이 있다. 박세혁 형사는 그 딸의 죽음이 일어나게 된 원인을 밝히기 위해 형사가 되었는데 이는 정의를 추구할 수 있는 '힘'을 가졌다는 걸 의미하는 듯하다.

이를 모아보자면, '정의로우면서 동시에 힘을 가진 아버지의 부재'라 칭할 수 있겠는데, 반면에 극중 어머니는 아버지의 부재를 더 강조하는 '설정'으로서만 다뤄질 뿐이고 여성-여성의 관계는 전혀 다뤄지지 않는다.

결국 '정의'란 '정의로운 아버지'가 세상을 지키는 '힘'을 가질 때 지켜질 수 있는 것이다. 이 드라마는 그래서 정의로운 드라마일지는 몰라도 여성성은 탈각시키는데 바로 그 점이 이 드라마에서 여성 캐릭터가 약한 이유이기도 하고 (급기야 진미숙(선우선 분)은 죽는 걸로 처리 되며 중도하차까지 하는데) 멜로적 요소를 전혀 살리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 '아버지'만 있는 세계에서 정의로운 사회가 잉태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건데, 그건 비극적인 경찰에 맞아 죽은 농민 둘의 죽음과 통치권자였던 노무현의 죽음이 보여주는 것처럼 불가능한 꿈이 아니겠나 싶다. '한국형 수사드라마'는 아직까지 불가능한 꿈인 이유는 테크닉의 문제가 아니라, 당대를 보는 시야가 충분히 확장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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